군사력은 미국이 우위지만, 글로벌 공급망은 미·중 비등 [중앙포럼]

“공백은 항상 채워진다. 공백이 채워질지 여부가 아니라 누가 채우느냐가 관건이다.”
최근 한국어로 번역된 저서 『외교』(Diplomacy,군사력은미국이우위지만글로벌공급망은미중비등중앙포럼 1994년 출간)에서 미국 현실주의 외교의 거장 헨리 키신저는 ‘힘의 공백’이란 존재하지 않는 국제정치의 냉정한 현실을 이렇게 표현한다. 이로부터 30년 가까이 지난 현재 펼쳐지는 미국과 중국 사이의 경쟁도 본질은 같다. 한 치의 공백도 용납하지 않으려는 ‘디펜딩 챔피언’ 미국과 전 분야에서 미국을 밀어내고 해당 공백을 채우려는 야심만만한 도전자 중국 사이에 벌어지는 힘 대 힘의 대결이다.

지난 15일(현지시간) 미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에서 만난 모습. 로이터.
미국과는 안보 동맹을, 중국과는 경제적 파트너십을 유지하며 번영을 일궈온 한국은 어느 때보다 어려운 대외 환경을 맞닥뜨렸지만,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는 비유는 이미 낡은 서사다. 한국은 이제 새우가 아니고, 고래들 역시 싸우면서도 ‘가드레일’은 치는 만큼 해법은 있다. 오는 29일 열리는 ‘2023 중앙포럼-미·중 패권경쟁 시대 : 한국 경제의 활로는’에서 복합 위기를 이겨내기 위한 한국의 생존전략을 모색하는 이유다.
미·중 경쟁 시나리오 분석
중앙일보는 이에 앞서 국내외 전문가들의 자문을 토대로 3회에 걸쳐 향후 미·중 경쟁의 양상을 전망하고, 한국 외교와 경제의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다.
구체적으로 국제관계·경제·산업 분야 전문가 30명으로 구성된 자문단은 미·중 경쟁의 향후 시나리오를 분석했다. ‘전장(戰場)’은 ▶군사력 ▶글로벌 리더십 ▶경제력 ▶반도체 등 첨단 핵심 기술 ▶글로벌 공급망 등 다섯 개 분야였다. 각 분야에서 ①미국이 우위를 점할 것 ②중국이 우위를 점할 것 ③어느 한쪽의 우세 없이 비등한 대립이 지속될 것 중 하나의 선택지를 골라 향후 시나리오를 도출했다.
자문단의 응답을 분석한 결과 다섯 개 분야 중 중국이 우위를 점하는 시나리오는 없었다. 하지만 미국의 우위 수준을 두고서는 분야별로 차이가 명확했다.
군사력과 글로벌 리더십, 첨단 핵심 기술 분야에서는 ‘미국의 압도적 우위’ 시나리오가 그려졌다.

김영옥 기자
군사력 '美 우위' 관측 압도적
우선 군사력에서는 실제 응답한 전문가 29명 중 26명(89.7%)이 향후 패권 경쟁에서 미국이 우위를 점할 것이라고 답했다. 중국 우위를 택한 응답자는 1명(3.4%)뿐이었다.
미국 우위 시나리오의 근거는 국방비 격차, 동맹과 연합할 수 있는 능력, 실전 능력 등으로 요약됐다.
손열 동아시아연구원장(연세대 교수)은 “미·중 간 군사비 지출 규모는 3 대 1 정도로, 10년 이내에 이런 차이가 역전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미·중 간 국내총생산(GDP) 역전이 일어나더라도 군사비 지출의 역전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고, 군사력 전용 첨단기술력의 차이는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는 “미국의 핵 능력을 포함해 해양 작전 능력, 동맹국 동원 능력, 군사작전 수행 능력 등 모든 분야에서 중국이 열세”라고 지적했다.

2020년 8월 미 해군의 미사일 구축한 정훈함이 태평양을 통과해 대만해협으로 향하는 모습. AFP. 연합뉴스.
첨단 기술·리더십도 美 선택
첨단 핵심 기술과 글로벌 리더십 분야에서는 중국이 향후 미국과의 대결에서 우위를 점할 것으로 본 전문가가 한 명도 없었다.
첨단 핵심 기술 분야에서는 전문가 30명 중 25명(83.3%)이 미국의 우위를 선택했다. 비등한 대립이 지속될 것이라는 응답자는 5명(16.7%)이었다. 핵심 원천기술 보유로 유리한 위치에 서 있는 미국이 수출 통제 정책을 통해 중국을 효과적으로 압박하고 있는 데다 중국의 폐쇄적인 국가 체제로 인한 한계도 있다는 의견이 대세였다.
연원호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경제안보팀장은 “중국의 지식재산권 수지 적자가 계속 커지는데, 이는 중국이 핵심 원천 기술에서 약점을 지니고 있다는 뜻”이라며 “미국의 수출 통제를 중심으로 하는 기술 탈동조화 전략으로 인해 이런 약점을 극복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했다. 서진교 GS&J 인스티튜트 원장은 원천기술과 핵심기술 통제를 기반으로 한 미국의 우위를 전망하면서도 “다만 중국이 새로운 기술을 개발한다면 중장기적으로는 판도가 달라질 수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김재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자유 시장 경제의 경쟁은 혁신을 가능하게 하지만, 중국의 국가 주도 혁신은 한계를 드러낼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만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AP. 연합뉴스.
글로벌 리더십 대결 전망에서는 응답한 전문가 29명 중 21명(72.4%)이 미국의 우위를 선택했고, 비등한 대립의 지속을 택한 전문가는 8명(27.6%)이었다. 김흥종 고려대 국제대학 교수(전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는 “중국의 지나치게 공격적인 글로벌 전략으로 공공외교도 실패하고 있고, 돈을 쓰면서도 비난을 사는 상황에서 벗어나기 어렵다”고 했다.
경제력·공급망선 관측 엇갈려
중국은 경제력과 글로벌 공급망 분야에서도 미국을 앞서지는 못할 것으로 전망됐지만, 경쟁의 판도는 달랐다.
경제력에서는 ‘미국이 다소 우위를 점하거나 비등한 대결 지속’ 시나리오가 우세했다. 응답한 전문가 29명 중 미국 우위를 전망한 경우가 13명(44.8%), 비등한 대립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 경우가 12명(41.4%)으로 거의 동률이었다. 명목 국내총생산(GDP)에서는 중국이 앞설 가능성이 있지만, 인구 정체와 중국에 대한 투자 감소 등의 한계점이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다.
김재철 가톨릭대 국제학부 교수는 “미국이 전체적으로 우위에 있지만, 시장 개방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중국은 제조업 생태계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하다”며 “중국의 경제 성장률은 둔화해도 경제 규모는 계속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김영옥 기자
글로벌 공급망 분야에서는 ‘우열을 가리기 힘든 비등한 대립 지속’ 시나리오가 예상됐다. 전 분야 중 미국 우위를 택한 응답자가 가장 적었다.
구체적으로 응답한 전문가 29명 중 절반이 넘는 16명(55.2%)이 미·중 간 비등한 대립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우위 선택은 8명(27.6%), 중국 우위 선택은 5명(17.2%)이었다.
미국과의 격차가 가장 작은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로는 중국이 글로벌 가치 사슬에서 지니는 공장과 시장으로서의 독특한 지위 덕에 그 자체로 완결적 공급망 형성이 가능하고, 핵심광물 등을 무기화할 수 있다는 점이 꼽혔다.
이희옥 성균관대 성균중국연구소장은 “미국과 서방의 공급망 연대가 중국 시장의 잠재력을 고려할 때 지속적으로 공고화하기 어렵다”며 “중국이 성숙기술을 중심으로 지역 내 공급망을 구축할 경우 새로운 공급망 경쟁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동맹 글로벌화에 유리할 듯
하지만 첨단기술 분야에서의 우위를 기반으로 하는 미국 중심의 글로벌 공급망 강화 경향을 무시할 수 없다는 의견도 비등했다. “미국은 압도적 기술과 자본력을 기반으로 적극적인 프렌드쇼어링을 추진할 수 있다”(신윤성 산업연구원 연구위원)는 것이다.

지난 16일(현지시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리는 미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 모스코니센터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회동하는 모습. 김현동 기자.
미국이 중국에 여전히 큰 격차로 앞서 있거나 좀처럼 밀리지 않는 시나리오는 한·미 동맹의 글로벌화를 꾀하는 한국에 유리한 측면이 상당 부분 있다. 하지만 미국의 전략에 동참하라는 역할 확대 요구나 대중 관계 관리 등 과제도 동시에 안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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